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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잎에서 뿌리가 나오면 번식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물에 담가둔 고무나무 잎에서 흰 뿌리가 자라는 걸 보면서 거의 성공했다고 확신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 새 줄기는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실패 덕분에 생장점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대로 공부했고, 이후에는 번식은 물론 적심을 통한 수형 만들기까지 직접 시도하게 됐습니다.
고무나무 잎꽂이 실패 이유
시도한 건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여름마다 새잎이 하나씩 올라오는 고무나무를 보면서 '이렇게 잘 크는 식물이라면 주변에 나눠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별다른 공부 없이 잎 하나를 잘라 물에 담가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정말로 뿌리가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완전히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었습니다.
식물학적으로 이 현상을 부정근(不定根, adventitious root) 형성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부정근이란 뿌리가 원래 자라야 할 부위가 아닌 잎이나 줄기처럼 전혀 다른 조직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뿌리를 의미합니다. 즉, 잎에서 뿌리가 나오는 것 자체는 가능한 현상이지만, 그것이 곧 새로운 개체의 완성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제가 정확히 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새로운 줄기와 잎을 만들려면 생장점(生長點, meristem)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생장점이란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특수한 조직으로, 쉽게 말해 식물이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을 하는 부위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잎만 떼어낸 경우에는 이 생장점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뿌리가 살아 있어도 줄기를 새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뿌리가 나왔다는 사실은 맞는데, 식물 전체로 보면 절반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번식이 성공하려면 뿌리를 내리는 기술보다 생장점이 포함된 삽수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저는 같은 방법을 다시 시도했고, 결과는 이전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서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 잎꽂이에서 뿌리(부정근)는 생길 수 있지만, 생장점이 없으면 새 줄기는 나오지 않는다
- 고무나무 번식은 정아 또는 측아가 포함된 줄기 마디를 삽수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 뿌리 형성과 새 개체 완성은 전혀 다른 단계이며, 생장점 유무가 성패를 가른다
생장점 하나로 새 화분 만들기
첫 번째 실패 이후에는 생장점의 위치부터 다시 확인했습니다. 고무나무에는 줄기 끝에 있는 정아(頂芽, apical bud)와 잎이 붙는 마디 안쪽에 숨어 있는 측아(側芽, axillary bud)가 있습니다. 정아는 줄기를 위로 자라게 하는 대표적인 생장점이고, 측아는 평소에는 활동하지 않다가 조건이 맞으면 새로운 가지를 만들어내는 예비 생장점입니다. 번식을 위해서는 이 둘 가운데 하나라도 포함된 줄기를 삽수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잎만 떼어내지 않고 마디가 포함된 줄기를 잘라 물에 담갔습니다. 이전처럼 뿌리가 먼저 나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지나자 마디 부분에서 작은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첫 번째 실패의 이유가 확실하게 이해됐습니다. 뿌리가 생기는 것과 새로운 식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식물은 생장점에서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새로운 줄기와 잎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생장점이 없는 잎은 부정근이 형성되더라도 새로운 개체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원리는 식물 번식의 기본 개념으로도 설명됩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결국 고무나무 번식으로 새로운 화분을 만드는 핵심은 뿌리가 아니라 생장점이었습니다. 저도 첫 번째 실패를 겪고 나서야 번식은 뿌리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줄기를 이어갈 조직을 남기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생장점이 살아 있는 삽수는 뿌리를 내린 뒤 줄기와 잎을 계속 만들어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자라지만, 생장점이 없는 잎은 아무리 건강한 뿌리가 생겨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합니다.
적심으로 고무나무 수형 만들기
번식에 성공하고 나니 욕심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던 둥글고 풍성한 버섯 모양의 고무나무처럼 직접 수형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알게 된 방법이 적심(摘心, pinching)이었습니다. 적심은 줄기 끝의 생장점을 잘라 위로만 자라던 성장을 멈추고, 옆에 숨어 있던 측아가 자라도록 유도하는 관리 방법입니다.
식물이 위로만 자라는 이유는 정아우세(apical dominance) 때문입니다. 식물은 기본적으로 가장 위쪽 생장점을 우선적으로 성장시키는 성질이 있습니다. 줄기 끝 생장점에서 생성되는 식물호르몬 **옥신(auxin)**이 아래쪽 측아의 생장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적심을 하면 정아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잠들어 있던 측아가 활동을 시작해 가지가 여러 방향으로 자라게 됩니다. 이러한 정아우세 현상은 식물생리학에서 잘 알려진 성장 원리이며, 미국 Missouri Botanical Garden에서도 가지 발달과 생장점의 관계를 비슷한 원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도 새로 만든 화분으로 버섯 모양 수형을 만들어 보고 싶어 적심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가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기도 했고, 햇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져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적심은 한 번의 작업으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식물의 성장 방향을 계속 관찰하며 조금씩 다듬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적심은 생장이 활발한 봄부터 여름 사이에 진행해야 회복이 빠르고 새순도 건강하게 올라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고무나무 잎꽂이를 했는데 뿌리가 나왔어요. 이제 흙에 심으면 되나요?
A. 뿌리가 나왔다는 건 부정근이 형성된 것으로, 번식의 절반 조건만 갖춰진 상태입니다. 잎만 사용한 경우라면 생장점이 없기 때문에 흙에 심어도 새 줄기가 올라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뿌리와 함께 줄기 마디가 포함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고무나무 잎만 심으면 정말 절대 번식이 안 되나요?
A. 잎에서 부정근이 형성되는 경우는 있지만 생장점이 없다면 새로운 줄기와 잎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잎꽂이만으로는 새로운 고무나무를 얻기 어렵고, 줄기 마디가 포함된 삽수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Q. 고무나무 삽목할 때 줄기를 어떻게 잘라야 생장점이 포함되나요?
A. 잎이 달려 있는 마디(잎자루가 붙었던 부위) 바로 아래를 포함해서 자르면 측아가 함께 들어옵니다. 최소 한 개 이상의 마디가 삽수에 포함되도록 자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줄기 끝부분을 자를 경우에는 정아가 살아 있어 더욱 안정적입니다.
Q. 적심 후 새순이 나오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A. 봄·여름 성장기에 적심하면 빠르면 2~4주 안에 측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햇빛 환경이나 식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고, 겨울에 진행했다면 새순이 나오기까지 두 배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Q. 적심을 하면 고무나무가 약해지지 않나요?
A. 건강한 식물을 생장기에 적심하는 것은 오히려 측아 발달을 도와 전체적으로 더 풍성한 수형을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다만 뿌리가 약하거나 잎이 힘을 잃은 상태에서 진행하면 회복이 더뎌질 수 있으니, 식물 상태를 먼저 점검한 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